바쿠 올림픽 경기장Image copyright OZAN KOSE
이미지 캡션 6만명을 수용하는 바쿠 올림픽 경기장에서 결승팀 팬을 위한 자리는 10%에 불과하다

유럽 축구 시즌을 마무리하는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결승전 개최지가 첼시와 아스널 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유로파리그 결승은 29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열린다.

결승에 오른 양 팀 팬들은 결승전을 고대하고 있다. 그러나 멀리서 온 팬들을 위해 준비된 좌석은 각각 3000석에 불과하다.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결승전이라고 조롱받는 이유다.

영국 원정 팬들에게 입장 티켓을 제한한 것뿐만 아니라 이번 결승전에는 아스널의 출전 선수 문제도 결부됐다.

아스널의 헨리크 미키타리안은 아제르바이잔과 적대 관계에 있는 아르메니아 국적이다. 그는 안전을 우려해 결승전 경기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스포츠로 이미지 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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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결승 출전을 포기한 미키타리안

주된 비판은 왜 결승전 주최국이 아제르바이잔이 됐냐는 것이다.

과거 구소련 국가였던 작은 나라가 어떻게 주요 국제 이벤트를 개최하게 됐을까.

답은 간단하다. 바로 석유다.

몇 년 전 아제르바이잔은 스스로가 국제적으로 부정적인 두 가지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바로 기름으로만 쌓은 부와 끔찍한 인권 상황이다.

아제르바이잔은 ‘오일 머니’를 이용해 인권 문제가 두드러지지 않게 하는 방법을 찾았다. 그게 바로 스포츠였다.

그렇게 아제르바이잔은 2017년 유로파리그 결승 개최지로 선정됐다.

같은 해 이슬람 연대 게임(Islamic Solidarity Games)을 바쿠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포뮬러 1 그랑프리가 개최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인구 900만 아제르바이젠은 과거부터 국제이벤트 개최에 박차를 가했다. 2012년에는 유로 비전을, 2015년엔 사상 처음으로 유러피언 게임을 개최했다.

2016년, 2020년 하계 올림픽 개최까지 추진했다.

아제르바이잔은 1200만 유로(약 160억원)를 들여 스페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유니폼에 “아제르바이잔 – 불의 땅”이라는 문구를 새겼다.

1991년 구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아제르바이잔이 큰 대회를 여는 건 결코 헐값으로 해낼 수 없는 일이다.

스포츠계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 건 전적으로 석유 덕분이다. 아제르바이잔이 영국에 파는 주요 수출품도 석유며 외교 관계의 원천 역시 석유 때문이다.

영국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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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포뮬러 1에 많은 자본을 투자하고 있는 아제르바이잔

처음부터 아스널과 첼시 팬들은 티켓 6000장만 할당된 것에 불만을 드러냈다. 바쿠 올림픽 경기장이 최대 6만9870명을 수용하는 데 비해 턱없이 적은 할당량이다.

그러나 운항 문제도 있었다. 런던과 바쿠 사이 직항편이 부족하다. 영국인이 아제르바이잔에 가려면 비자 발급도 필요하다. 두 클럽이 결승 티켓 절반도 팔지 못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비행편이 특히 문제다. 아제르바이잔에서 최소 7박을 해야 런던에서 아제르바이잔으로 가는 직항편을 탈 수 있다.

아르메니안 국가대표로 활약하는 아스널의 미키타리안 문제는 더 심각하다. 그는 아제르바이잔 체류 과정 동안 안전이 염려돼 바쿠에 가지 않기로 했다.

미키타리안은 그의 출신 때문에 아제르바이잔에서 표적이 될 것이라고 두려워했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은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두고 여전히 분쟁 중이다.

이런 문제들은 국제 이벤트 개최로 인정과 존경을 받으려는 아제르바이잔의 끊임없는 노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는 “엄청난 스포츠 이벤트”를 추진하는 아제르바이잔의 열망을 부정적인 “이미지를 지우려는” 술책이라 비판했다.

아제르바이잔이 국제적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쌓으려는 행보의 뒤엔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이 있다.

알리예프 대통령은 2003년 아버지를 계승해 16년 가까이 나라를 통치해왔다.

아제르바이젠 대통령 선거를 지켜본 소식통에 따르면 그가 4연임하는 동안 열렸던 선거는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 알리예프 대통령은 헌법을 개정하며 아제르바이잔을 장기집권하고 있다.

UEFA의 입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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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런던에 사는 팬이 원정 응원을 다녀오려면 6000마일을 여행해야 한다

유럽 축구계를 관장하는 UEFA는 몇몇 런던을 연고지로 하는 두 팀의 결승전이 3000마일(약 5000km) 떨어진 곳에서 열려야 하느냐는 항의에 직면했다. 결승전 장소가 진작에 계획된 것이지만, 이게 정말 올바른 경우일까?

UEFA는 결승전을 선정할 때 애초 잉글랜드 팀이 결승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기 어려웠다고 답했다. UEFA는 아제르바이잔이 서유럽에서 거리가 멀다고 해도 이런 이유가 결승전을 개최하는 권리를 박탈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UEFA는 과거 결승전 매표에서 결승팀 팬들의 티켓 구매에 큰 “변동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양팀 서포터 규모만 보고 티켓을 정확하게 할당하는 게 불가능했다고 덧붙였다.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아제르바이잔이 계속해서 막대한 돈을 쏟아 붓는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아제르바이잔 인권 문제 논의는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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