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만 75세인 임종소 씨는 최근 열린 보디빌딩 대회에서 2위를 차지한 선수다. 52살 아들에 26살 큰 손녀까지 뒀지만 ‘할머니’라는 말이 어색할 만큼 건강미 넘치는 근육을 자랑한다.

“안녕하세요. 75세 보디빌더 선수 임종소입니다.”

그는 지난 5월 4일 경기도 과천에서 열린 WBC 피트니스 오픈 월드 챔피언십 38세 이상 피규어 부분에서 2위를 차지했다. BBC 코리아가 그의 특별한 도전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미지 캡션 갑작스레 찾아온 허리 협착은 그를 운동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건강 적신호, 재활의 절실함

그는 평소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지난 35년간 꾸준히 에어로빅을 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갑작스레 찾아온 허리 협착으로 오른발을 제대로 쓸 수 없게 됐다. 치료를 해도 쉽게 낫지 않을 거란 말을 들었다.

“우연히 헬스장 앞을 지나게 됐는데 맞춤 운동, 재활 운동 이런 문구가 있어서 끌리듯 들어가게 됐어요. 2시간을 기다렸다가 첫 PT를 시작했어요. 전동휠체어를 살 생각까지 했었기 때문에 전 솔직히 절실했거든요.”

그렇게 일주일에 3회씩 꾸준히 PT를 계속했고 한 달이 지났을 때쯤, 자기도 모르게 다리 통증이 사라졌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석 달이 지났을 무렵, 관장으로부터 보디빌딩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게 됐다.

“처음엔 제가 나이가 몇인데 어떻게 보디빌딩을 하느냐고 그랬어요. 그런데 관장님이 직접 심사를 다녀보니 50대 분들도 이 정도 근질은 별로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도전을 좋아하거든요.”

Image copyright 임종소 씨 제공
이미지 캡션 임종소 씨는 WBC 피트니스 오픈 월드 챔피언십 38세 이상 피규어 부분에서 2위를 차지했다

떨리는 첫무대, 계속된 도전

긴장 속에 섰던 첫 무대의 기억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생각에 얼굴이 붉어지면서 정신없이 무대를 마무리하고 내려왔다.

“신발은 15cm를 신었지, 조명이 비치니까 남들은 못 봤을 수도 있지만 저는 엄청 떨리고 얼굴이 달아 올랐어요. 자유포즈와 지정포즈라는 게 있는데 이걸 어떻게 섞어서 했는지 나와서도 생각이 안 나는 거예요.”

첫 무대가 끝나고 자신이 바보 같은 짓을 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처음 나간 대회니까 누구든 그럴 수 있다고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자신감을 갖고 더 열심히 운동하고 포즈 연습도 적극적으로 했다.

“개인포즈를 해야 하는데 뭔가 특이한 걸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관장님께 자유포즈는 말 그대로 자유니까 내가 한번 만들어 보겠다고 했어요. 혼자 인터넷에서 프로 선수들이 하는 걸 찾아보고 내가 할 수 있을 만한 걸 골라서 나름대로 연구를 해봤어요.”

그리고 그는 두 번째 보디빌딩 대회에 도전해 부문 2위라는 성적을 올렸다. 살면서 자신이 직접 트로피를 받는다는 건 상상해 본 적도 없었다. 대회에서 받은 트로피를 들고 당당히 사진을 찍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너 잘했다. 대단하다, 임종소. 잘했어!’

Image copyright 임종소 씨 제공
이미지 캡션 비키니를 입고 하는 대회에 출전한다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비키니를 입고 출전한다고요?’

처음 대회에 출전할 때만 해도 가장 큰 고민 중의 하나는 대회 의상이었다. 비키니를 입고 사람들 앞에 서서 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 좀처럼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족들도 처음엔 놀랐다.

“집에서 포즈 연습을 하고 워킹 연습을 하고 있는데 우리 딸이 웃으면서 하는 소리가 아빠 계셨으면 엄마는 어림도 없다고 했어요. 사실이죠. 그런데 손주들은 할머니 너무 멋있다고 박수를 치더라고요.”

“지금은 사별했지만 우리 아저씨는 엄청 좋은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성격이 완고해서 평소에 이런 민소매 옷도 못 입고 살았어요. 남편이 있었으면 이런 건 아마 생각도 못 했을 것 같아요.”

이미지 캡션 그는 할 수 있는 데까지는 끝까지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75세 청춘, 다시 사는 인생

그는 주변에서 알아주는 건강 전도사다. 자신을 보며 운동을 해볼까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나이 들었다고 주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도전하라고 말한다. 운동을 통해 얻는 만족감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느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옛날로 돌아간다면 지금보다 더 빨리 운동을 시작했을 거예요. 40~50대만 됐어도 한 번쯤은 세계로 뛰어나갔을 겁니다. 이런 세상이 있다는 걸 내가 왜 몰랐을까 하는 생각이에요.”

그의 자녀들은 건강해진 엄마의 모습을 보며 지금은 너무나도 좋아하고 있다고 말한다. 건강 때문에 시작한 운동이긴 하지만 앞으로 세계 대회든 어디든 또다시 도전을 해보고 싶은 것이 그의 꿈이다.

“지금 느낌으로는 꾸준히 계속하고 싶어요. 몸 아픈 데 없지, 마음도 건강하지 하니까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내 주변 사람들이 날 보고 운동을 시작해서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면 그걸로도 전 만족해요.”

기획 및 취재 : 이윤녕

촬영 : 양기모

촬영 및 편집 : 윤인경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