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ker

사람들은 이제 모두가 춤추고 노래하며 수백만 달러의 돈을 퍼붓고 컴퓨터 그래픽을 입힌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만 보러 극장에 간다고 말한다. 진지하고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극영화에는 돈이 투자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다들 스트리밍 서비스를 본다고, 시네마의 황금기는 지났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그리 말한다.

하지만 그들은 배트맨의 숙적인 조커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다룬, 토드 필립스가 공동으로 각본을 쓰고 연출한 ‘조커’를 아직 안 본 것이다. 각종 액션과 특수효과로 가득한 영화인 것처럼 들릴 것이다.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는 사람들도 그런 걸 기대하고 간 사람들도 많을지 모른다.

그러나 조커는 당신이 흔히 생각하는 수퍼히어로 영화와는 닮은 게 하나도 없다. 원더우먼과 꼬마돼지 베이브의 공통점을 찾는 것과 비슷하다.

조커는 트로이 목마와 같다. DC코믹스 유니버스 영화로 분장하고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에 잠입한 어두운 예술 영화다.

워너브라더스 사로서는 흥미로운 움직임이다. 워너 측은 관객이 쾅쾅거리는 액션 장면을 좋아하고 재치 가득한 대사와 농담들을 좋아한다는 걸 안다. 컴퓨터 그래픽은 기본이다.

하지만 조커에는 그 어느 것도 없다.

대신 호아킨 피닉스가 마치 다니엘 데이 루이스를 연상시키는 엄청난 흡인력의 연기를 펼친다. 아카데미에서 오스카상을 잔뜩 안겨주거나 아예 외면하거나 둘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내겐 훌륭한 영화였다.

Image copyright Warner Bros
이미지 캡션 호아킨 피닉스가 ‘삶에게 계속 두들겨 맞는, 오해받는 남자’ 아서 플렉을 연기했다

피닉스는 사회부적응자인 아서 플렉을 연기한다. 아서 플렉은 운이 다한 사람은 아니다. 애당초 운이라는 걸 가져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서는 어린 시절의 신경질환으로 인해 가장 부적절한 순간에 미친듯이 웃는다. 사람들을 같이 웃게 만드는 웃음이 아니라 너무나 건조하고 딱딱한 웃음이라 아서는 헛구역질을 하고 다른 사람들을 역겹게 만든다.

그리고 그의 어머니(프랜시스 콘로이)가 있다. 아서는 어머니를 사랑하고 어머니도 아서를 사랑하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아서는 운이 좋은 친구가 아니다.

Image copyright Warner Bros
이미지 캡션 아서는 병약한 어머니 페니(프랜시스 콘로이 분)를 극진히 보살핀다

아서 플렉은 취약한 사람을 상대할 시간이 없는 잔혹하고 무자비한 세계에서 사는 괴짜다.

그가 사는 고담시는 엉망이다. 수거되지 않은 쓰레기들이 마치 시커먼 고층 빌딩마냥 쌓인다. 복지 재정은 삭감됐고 작은 하나의 불씨만으로도 대규모 소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Image copyright Warner Bros
이미지 캡션 아서는 혼란 속에 시민에게 제대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고담시에서 자신의 길을 찾고자 한다

아서가 합리적이었다면 도서관에서 행정직원을 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으리라. 그러나 아서는 합리적이지 않다. 그는 망상에 휘둘리고 있으며 그래서 스스로에게나 다른 사람에게나 좋지 않은 선택들을 한다.

그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어 낮에는 직업 광대로 일하고 밤에는 아마추어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일한다.

그에게 그 방향으로 조언을 했을 커리어 전문가는 지구상에 없을 것이다.

Image copyright Warmer Bros
이미지 캡션 호아킨 피닉스는 때때로 그가 “조커의 동기를 이해했다”고 말했으나 한편으론 그의 결정에 “혐오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피닉스가 아서의 비극적인 추락을 연기하는 모습은 우리의 동정을 불러일으키는 듯하지만 그가 결코 동정을 얻지 않도록 한다. 우린 그가 우리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오게 둘 그런 캐릭터가 아니라는 걸 안다. 그의 눈 속에는 소름끼칠 정도로 광적인 어두움이 존재한다.

그의 유일한 기쁨은 전설적인 쇼 호스트 머레이 프랭클린의 토크쇼를 보는 것이다. 그는 언젠가 그의 쇼에 초청받기를 꿈꾼다. 로버트 드니로가 프랭클린을 연기하는데 이는 드니로가 ‘코미디의 왕’에서 루퍼트 펍킨 역을 맡았던 것을 뒤집는 것이다. ‘코미디의 왕’은 ‘싸이코’와 ‘택시 드라이버’와 함께 ‘조커’에 영향을 미친 영화 중 하나다.

Image copyright Warner Bros
이미지 캡션 로버트 드니로가 연기하는 머레이 프랭클린은 조니 칼슨을 비롯한 실제로 존재했던 유명 쇼 호스트들을 결합시킨 것이다
Image copyright Moviestore/Shutterstock
이미지 캡션 로버트 드니로는 마틴 스콜세지의 ‘코미디의 왕’에서 루퍼티 펍킨을 연기했는데 이 영화는 ‘조커’의 감독 토드 필립스에게 영향을 미쳤다

이 영화는 모든 것이 침울하다.

고담시에는 해가 빛나는 일이 없다.

언론이 자극적인 헤드라인으로 긴장을 부추기고 무책임한 TV 쇼들에 잘못된 사람들에게 잘못된 까닭으로 방송 시간을 주는 동안 계급 갈등은 점차 전쟁으로 치닫는다. 엘리트 계층은 세상에 관심도 없이 자기만의 거품 속에서 살며 다른이들의 고난에는 무심하다. 1980년대 초기를 배경으로 하는 듯 보이지만 지금 여기와도 충분히 부합한다.

조커는 힘이 있는 영화다.

가볍고 유쾌한 폭력과 재치 넘치는 개그로 가득한 엔터테인먼트와는 수십 광년 정도 떨어진 영화다. 재미있고 싶은 남자에 대한 이야기지만 웃음기라곤 하나도 없다.

무겁고 진지하며 때때로 고통스러울 정도로 느리게 진행된다. 거의 사뮈엘 베케트의 작품을 연상시킬 정도다.

조커는 완벽하지 않다.

조연급 캐릭터들은 입체감을 주기에는 부족하게 묘사됐다. 그리고 영화의 핵심 질문인 ‘아서 같은 사람을 조커로 만든 것은 무엇인가?’로 향하는 정신건강의 문제에 대해 영화가 제시하는 추정과 결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싶은 관객들도 많을 것이다.

영화 내에서 피가 낭자하는 폭력은 지켜보기 괴롭지만 맥락과 분위기 상 타당한 수준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 까닭은 조커가 단지 총기를 쉽게 구할 수 있는 문화의 문제를 제기할 뿐만 아니라 안타깝게도 실제 사회에서 발생하는 총기 범죄와 연관지어지곤 하는 영화 시리즈의 최신작이기 때문이다. 2012년 제임스 홈즈는 ‘다크나이트’가 심야 초연된 콜로라도 오로라의 극장에서 12명을 살해하고 수십 명을 다치게 했다.

Image copyright European Photopress Agency
이미지 캡션 조커의 감독 토드 필립스는 영화가 너무 폭력적이라는 우려에 대해 이렇게 반문했다: “폭력에 실제 세상에 대한 암시를 담는 건 좋은 일 아닌가요?”

예술과 인생, 그리고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한 대화는 고래로 늘 있던 것이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나는 조커가 경박하거나 제멋대로라고 생각지 않았다. 폭력을 조장한다고도 생각지 않았다.

영화는 폭력을 반추하고 있다. 예술이 그러기 위해 있듯이.

나의 유일한 의구심은 15세 관람가 등급이었다. 장르의 특성상 많은 부모들이 폭력을 보다 경쾌하게 다루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을 것인데 몇몇 장면의 폭력은 매우 강렬했다.

나는 살면서 세사 로메로부터 히스 레저를 비롯한 많은 조커들을 봤다. 다들 조커라는 캐릭터에 뭔가를 기여했지만 호아킨 피닉스처럼 절망적이며 절망적일 정도로 슬픈 조커의 연약함과 정신병을 이 캐릭터에 부여한 배우는 없었다.

이 영화는 고전의 반열에 들 것이다.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